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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도전, 일곱 번째 이야기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옥스팜 트레일워커 완주에 성공한 팀이 있습니다. 바로 ‘멈추지 않는 도전’팀인데요. 어떻게 100km를 걸으면서 사진마다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매년 기부펀딩과 완주를 해내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김미순 참가자를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2023 옥스팜 트레일워커 ⓒOxfam in Korea
 
Q. 처음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999년, 완전히 시력을 잃었는데 평생 당연하게 보아오던 것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처음엔 힘들더라구요. 자꾸만 안으로 숨어만 들어가다가 2002년, 처음으로 10km를 완주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끼며 기뻐하는 저를 보고 남편도 함께하기 시작했어요. 마라톤의 ‘마’자도 모르는 사람이 날 위해 뛰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시작한 게 올해로 23년째, 380회가 넘는 마라톤과 국내외 대회들을 참가하고 있습니다.

Q. 매년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뜀박질을 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다니까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기부하는 선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그런지 옥스팜 트레일워커에서 좋은 추억이 많더라고요. 인적이 드문 산에서 생호두를 나무에서 바로 따먹을 때의 향기, “땡큐, 익스큐즈미”를 입에 달고 다니며 길을 양보하던 홍콩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게 막 느껴져서 어느새 매년 만나는 참가자들과는 친구가 됐어요. 해마다 오시는 사진 작가님도 비가 오는데 우비를 쓰고 신나서 찍어 주시더라고요. 모두가 보통 애정으로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이 대회가 참 좋아요.

우비를 쓰고 참가 중인 김미순·김선태 부부 ⓒOxfam in Korea

Q. 기부펀딩은 어떻게 채우시나요?
처음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가할 때, 대회에 참가하려면 최소 5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야 한다더라고요. 막막해하고 있던 찰나에 자주 교류하던 장애인 체육회 직원에게 알렸는데 동료 직원들에게 다 알려서 순식간에 기부금이 모이더라고요. 함께한다는 힘을 그 때 정말 느꼈어요. 그 이후 인천 가스공사와 장애인 체육회에서 km당 1,000원씩 기록증을 모아가면 기업에서 기부금을 모아주는 형태로 다양한 기부펀딩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했고, 요즘엔 아예 계모임처럼 우리 팀 네 명이 매 달 얼마씩 기부금을 모으며 준비하고 있어요.
 
Q. 100km를 도전하는 분들을 위한 사전훈련 꿀팁을 알려주세요.
자주 만나서 팀워크를 다지고 훈련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서로 페이스가 맞지 않아 격차가 생기고, 격차가 생기는 순간 서로 힘들어지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이 맞아야 100km를 완주할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은 각자 평택, 수원, 인천 사는 곳이 다 다른데 지난 삼일절에도 만나서 밥 먹고 훈련하며 팀워크를 다졌어요. 5월 옥스팜 전에도 다른 50K 대회를 연습삼아 뛰며 훈련하기로 하고, 일부러 모자도 4명이서 커플로 맞췄어요(웃음) 똑같은 아이템을 맞추면 기분도 좋고 단합도 되고, 팀이름이랑 내 이름도 넣어 기념품도 생기니 얼마나 좋아요. 이렇게 자꾸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만나야 소통이 잘 되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다같이 마음이 맞게 되는 것 같아요.
 
Q. 4인 1조로 함께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우리 팀 멤버 수옥이가 작년에 무지외반증 수술하고 한 달 만에 참가했거든요. 100km 뛰면서 발가락이 빠졌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는데 스포츠테이프로 대강 말아서 완주를 했어요. 등치도 큰 친구가 꼭 4인 1조로 완주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고 가는 게 너무 눈물겨웠어요. 그 친구 속도를 맞추느라 천천히 걸었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 때부터는 큰 전투를 함께 치른 듯한 동지애가 생겨서 누구 한 명이 만나자고 말만 꺼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납니다.
 
수옥씨와 함께 완주한 멈추지 않는 도전팀 ⓒOxfam in Korea

Q. 사진마다 환히 웃고 있는데 행복의 비결이 있나요?
우리 딸은 제가 처음으로 100km 완주했을 때 직접 눈으로 보고 엉엉 울더라고요. 그런데 나는 기뻐서 함박웃음이 저절로 지어졌어요. 시력을 잃으면 세상을 다 잃는 줄 알았는데,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아요. 우리 남편은 내가 손만 뻗으면 언제든 내 손을 잡아주고, 우리 딸도 너무나 착하게 자라줬어요. 저도 눈높이가 30대 시절에서 멈춰서 늘 젊은 시절의 마음으로 살 수 있고, 보이지 않으니 남 험담도 안 하고(웃음) 좋은 점들이 있더라고요. 하느님이 내 시력 대신 착한 딸과 남편을 주셔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고 이제는 내가 도움을 받았듯, 다른 분들을 돕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어요.

Q. 올해 2024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가하는데 특별한 목표나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지?
예전에는 혼성팀 1등도 해보고 상패와 메달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 기록은 더 이상 목표가 아니에요. 대신 나를 위해서 뛰는 것이 아닌 남을 위해서 뛰는 것, 기부 러닝의 본을 보이고 싶어요. 그걸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운동하면서 사귄 친구들에게 해마다 옥스팜의 기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어요. 옥스팜은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동시에 내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 있기에 계속 멈추지 않고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다리가 움직이는 한은 계속 도전할 것 같아요. 이게 제가 사는 원동력이거든요.
 
ⓒ김미순·김효근 부부 / Oxfam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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